윗층 사는 친구가 주말에 같이 캠핑을 가자고 합니다.
원래 강원도 쪽 캠핑을 예약하고 있었는데 혼자 가는 거 보다 함께 가는게 재미있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 흔쾌히 'ㅇㅇ'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바로 그게 체험을 빙자한 노동의 시작.... 이었던 것입니다.
10월 1일에는 첫세례를 받는 아이들 두 명의 대부를 서야 하는 날이라 6시 이후에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늦게 출발하는 데다가 개천절을 낀 주말 연휴 내내 엄청난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출발이 망설여지는 캠핑이긴 했습니다.
우리가 예약(?)을 한 곳은 작천리 마을회관 바로 앞의 사이트(?) 입니다. 친구의 친가가 청양이라 지인(?)할인으로 사이트 비용 및 전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이쪽 마을 이장님이나 친구네 아버님이나 서로서로 다 아는 사이라고 합니다. 따라온 저희로서는 감사할 뿐입니다.
저녁 7시가 다되어 출발 했는데 국도를 열심히 돌아간 결과 9시가 조금 못되어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바로 앞에 천이 흐르고 캠핑을 위한 둑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방갈로와 마을회관 숙소도 있지만 아직 캠핑장은 정식 오픈한 상태가 아니어서 이용요금을 받는 것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없었다고 합니다. 전기값은 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것은 그냥 지인할인으로 퉁 치는 것으로....
저녁도 못 먹고 출발해서 엄청 배가 고팠습니다. 황급히 사이트 구축하고 나니 엄청나게 배가 고파져서 참치김치찌게와 소고기를 후다닥 구워먹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새도 없었네요.
다음날 아침.... 어서 밤농사를 도우러 가야 하는데 어젯밤의 숙취가 가시질 않아서 친구와 함께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나도 셀카 한장 찍어 봅니다.
낮에 보니 천이 넓직하게 정돈되어 있네요. 여기엔 빠가사리 등이 산다고 하던데 물의 맑기는 계곡에 비할 바 못됩니다. ㅠ_ㅜ 이날 저녁 시도했던 낚시에는 성과가 없었습니다. 친구는 한 마리도 못 잡은게 처음이라고 하네요. 이게 한이 되어서 다음에는 잘 잡히는 스팟을 알아봐 놓고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우리의 텐트 뒤로 보이는 것이 여름용 방갈로 입니다. 큼직한 나무 밑에 있어서 시원해 보입니다. 그 뒤에는 숙소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을회관과 주차장이 있습니다.
이제 숙취를 떨치고 밤 주우러 가야 합니다.
앗 세상에... 밤농장은 처음 와 봤습니다만 나지막한 나무에 무슨 밤이 이렇게 많이 열리나요... 목장갑+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밤까고 줍고 하다면 한 포대가 꽉 차는건 일도 아닌 거 같습니다.
밤 줍기 초보 인증 샷... 5분 남짓 흘렀는데 이정도니 밤이 얼마나 많이 떨어져 있는지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사유지의 밤농사이므로 함부로 줍는다면 형사처벌.... ㅎㅎㅎ)
그렇게 오전에 한 밭 돌고 점심먹고 한 밭 돌고 나니 하루가 다 흘러 갔습니다. 숙취해소에 최고인데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은 감내해야 합니다 ㅎㅎㅎ 친구네 누나 동생 사위 이모 이모부에 사촌과 그 친구까지 모두 동원되는 노동집약적 가을농사 입니다.
이제 해 지기 전에 저녁식사 준비를 시작해 봅니다. 지난번 캠핑에 샀던 숯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알도 굵고 적당한 가격에데가 오래가고 잘 튀지도 않네요. 숯이 튀는 건 습도의 문제라고 하니 아직 남은 반 박스도 잘 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 4명 먼저 먹이면서 고기도 굽고 사진도 찍고 술도 한잔 하고 바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산게 화로대 테이블이죠 ㅎㅎ 화로대 테이블이 없이 고기를 굽는다면 술 한잔도 못하는 BBQ노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친구네 어머님도 잠깐 들리셔서 고기 한점 하고 가셨습니다. 어른들이 밤을 줍는 동안 시골집에서 우리 둘째 아들내미랑 함께 잘 논 동갑 여자아이(친구의 조카)는 나중에 크면 꼭 울 애들과 소개팅 해달라고 했습니다 ㅎ
소고기도 익고,
꼬치에 꽂은 소시지도 익어가는 밤입니다.
과일도 깎고.... 뭐 총칭해서 술안주라고들 합니다. 어제에 이어 이 날도 엄청나게 마시고 달렸습니다. 다행히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네요. 카톡방에서는 서울 친구, 경기도 친구들이 난리입니다. 여긴 비 많이 오는데 거긴 괜찮냐고... 솔직히 말해 매우 괜찮았습니다. 날씨 예보 탓하며 캠핑 미룰 일은 앞으로 없을 것 같습니다. 토요일 늦게 출발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즐거웠던 주말도 없었을 것입니다.
과음으로 쓰러져 잤는데 늦은 밤부터 엄청난 비가 내렸던 듯 합니다. 저도 술취해 자다가 깰 정도의 빗소리가...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보니 다행히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네요. 이제 또 밤농사를 도우러 갈 차례입니다.
밤 고르러 간다고 하길래 뭔가 했더니 밤 고르는 기계에 밤을 올리고 포대에 담는 작업이네요. 밤 밭에 쭈구리고 앉아 밤 줍는 거 보다는 40kg 포대 나르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습니다. 친구 어머님께서 저에게 밤 포대 가볍게 잘 든다고 좋아라 하시네요 ㅎㅎ 내년에 또 도우러 올 팔자인가 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칠갑산오토캠핑장 바로 앞의 참게매운탕을 먹고 왔습니다. 참게의 독특한 국물 맛은 이곳에 오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입니다. 벌써 여긴 세번째네요.
사이트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밤새 내린 빗방울을 뜨거운 햇빛에 아주 바짝바짝 말려 가기로 합니다. 빅돔s 뒤집어 말리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햇빛 받고 늘어져서 지 문어처럼 혼자 몸을 뒤틀고 난리도 아닙니다. 역시 이런 정리정돈의 여유가 필요합니다. 오랫만에 다음 캠핑을 위한 정비 시간을 가져서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더웠다는 거....
충남 청양군 대치면 작천리 마을회관 캠핑장은요....
1. 아직 정식오픈 된 것이 아닙니다. 원래는 비로 취소된 사이트가 나올 수도 있는 칠갑산 오토캠핑장을 잡으려다가 예약이 너무 꽉 찬 터라 친구가 알아봐준 자리입니다. 수돗가가 있긴 합니다만 정식 오픈이 되려면 개수대 + 샤워장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친구의 고향이라 아버님들끼리의 친분으로 전기값도 안받으셨지만 수세식 화장실과 전기를 쓸 수 있었던 이상한 오지캠핑(?)이 되었네요.
2. 밤농사 체험은 비가 올랑말랑한 날씨 때문에 아이들과 마눌님이 빠졌지만 내년에는 함께 해 보기로 합니다 ㅎ 시골이 없는 우리 집안으로서는 좋은 가을철 행사가 되겠네요.
이상으로 22번째 캠핑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