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kao/Telegram : allrisk eMail: all_risk@naver.com

2012. 3. 10.

결혼은 미친 짓이다 (Crazy Marriage, 2001) - 유하

AM 3:15

한번 꾹 눌러주세요!



결혼의 현실과 연애의 이상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인가?

준영
은 결혼에 회의하고, 연희는 물질적 안정과 사랑이라고 하는, 양립하기엔 너무 큰 욕심을 함께 성취하려한다.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만난다고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우연에 불과하다. 준영에게는 예쁜KFC점원과 언제 올지 모르게 기다리게 하는 연희 둘 중의 선택. 연희에게는 똑같이 한겨레 신문을 말아쥔 두 남자 가운데 한사람. 선택은 그다지 운명적이지 않다.


만남. 둘은 늘 그래온것처럼 증명사진의 웃음을 띠고 몇살? 가족관계. 상투적인 대화를 나누고 상투적인 맞선의 코스를 밟아간다. (개인적으로 이성을 만날때 영화를 보는 것은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속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있지만 그것은 영화와의 데이트다.) 버스를 놓치고, 못마신다던 술에 진탕 취한 둘은 '택시비나 여관비'나 똑같지 않느냐는 완곡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실현한다. 둘은 옷을 벗지 않고 성급히(?) sex에 임한다.


"왜 옷을 다 벗지 않지?"

"옷을 다 벗으면 고깃덩어리 같아. 토할거 같애"




욕망의 실현을 위해 완곡한 대화를 나누는 것 처럼. 완전히 까발려진 사랑은 아름답지 않다. 현실은 물질적인 세계에 얽매여 있고 사랑이란 이상은 그것에 덧붙여진 포장처럼 존재한다. 결혼또한 그러한 것이 아닌가? 30여년을 서로 다른 사람으로 지내온 사람이 나머지 반평생 이상의 삶을 함께 하기 위해서 취해야할 배려는 질실보다는 위선이라 말한다. 인간은 어차피 자유로운 존재. 그런데 어떻게 일부일처제라는 욕망의 억압기제를 받아 들일수 있는가? 영원, 혹은 이상적인 사랑이라는 '로맨스의 세계'가 파괴된 듯한 세상에. 사랑의 결과로서 기능해야할 결혼은 이미 그 자체가 억압으로 다가온다.



 

"왜 결혼하려 하지 않아?"
"거짓말하고 살아갈 자신없어."

둘은 간간이 만남을 가진다. 그것은 일상적인 연애를 둘러싼 환상을 파괴하는 형식을 취한다.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 속엔 결혼에 대한 준영의 회의 또는 두려움이 녹아 있고 연희의 조건, 혹은 사랑 사이의 갈등이 묻어난다.


"날 잡아" .... "아니 그 사람과 결혼할 날을 잡으라고."




선택. 연희는 준영을 떠보지만 준영은 결혼할 마음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희는 의사 직업을 가진 안정적인 상대와의 결혼 준비를 시작한다. 둘만의 신혼여행에 이르기까지 과정. 거기엔 어쩌면 준영은 연희를 사랑한다는 가정, 연희에게 조건보다 사랑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는 상상을 가능케 한다. 연희는 준영과 함께 다른 사람과의 결혼 준비를 함께한다. 연희가 살게 될 안락한 집에서 준영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로맨스 영화가 취하는 일반적인 어긋남에 여운을 남기기 위한 플롯의 전개는 둘만의 신혼여행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다. 민박집에서 할머니와 민박 비용을 흥정하는 소박한 모습을 보이는 연희. 아까의 안락한 집과 상반되는 곳. 그곳에서 연희는 더이상 고깃덩어리가 아닌 육체로 준영에게 다가온다. 영화는 이렇게 둘 사이를 비극적인 결말로 매듭지을 만큼 도덕적이지 않다. 그리고 연희의 결혼. 준영은 연희의 결혼 생활을 상상하며 기다린다. 그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연희가 새로운 직장(?)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쯤인가? 연희는 준영을 찾아온다. 둘은 둘만의 공간을 꾸민다. 마치 주말부부처럼 그들만의 신혼여행에 이어 늦은 신혼은 시작된다. 하지만 점차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절대 거세될 수 없는 조건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친구는 과거의 여자를 잊지못해 결혼생활과 과거 모두에 파경을 맞이한다.


"
이번기회에 완전히 헤어지는게 어때?"


무엇에 대해 헤어진다는 것인가? 둘의 미래는 준영의 중의적인 대사와 연희의 모순적인 태도에 의해 관객이 투영하고 싶은 대로 펼쳐질 것이라는 플롯의 구조를 취함으로서 열린 결말, 혹은 계속될 불륜의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결혼, 혹은 사랑의 의미에 관해 묻는다.

로맨스라는 포장이 제거된 준영과 연희의 관계는 냉소적인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분명한 캐릭터와 상황의 설정으로 단지 불륜이라는 모럴해저드를 상상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관객의 기호에 맞춰진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플롯과 대사의 전개에서 중의적이고 이중적인 요소들을 엮고, 그 여백을 남기는 미학은 실제 영화의 가치 이상이다.

(혹시)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을 던져줄지도 모르는 영화......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