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현실과 연애의 이상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인가?
준영은 결혼에 회의하고, 연희는 물질적 안정과 사랑이라고 하는, 양립하기엔 너무 큰 욕심을 함께 성취하려한다.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을 만난다고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우연에 불과하다. 준영에게는 예쁜KFC점원과 언제 올지 모르게 기다리게 하는 연희 둘 중의 선택. 연희에게는 똑같이 한겨레 신문을 말아쥔 두 남자 가운데 한사람. 선택은 그다지 운명적이지 않다.
만남. 둘은 늘 그래온것처럼 증명사진의 웃음을 띠고 몇살? 가족관계. 상투적인 대화를 나누고 상투적인 맞선의 코스를 밟아간다. (개인적으로 이성을 만날때 영화를 보는 것은 상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속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함께 영화를 보고 있지만 그것은 영화와의 데이트다.) 버스를 놓치고, 못마신다던 술에 진탕 취한 둘은 '택시비나 여관비'나 똑같지 않느냐는 완곡한 대화를 통해 서로의 욕망을 실현한다. 둘은 옷을 벗지 않고 성급히(?) sex에 임한다.

"왜 옷을 다 벗지 않지?"
"옷을 다 벗으면 고깃덩어리 같아. 토할거 같애"
"왜 결혼하려 하지 않아?"
"거짓말하고 살아갈 자신없어."
둘은 간간이 만남을 가진다. 그것은 일상적인 연애를 둘러싼 환상을 파괴하는 형식을 취한다. 솔직하고 진솔한 대화 속엔 결혼에 대한 준영의 회의 또는 두려움이 녹아 있고 연희의 조건, 혹은 사랑 사이의 갈등이 묻어난다.
"날 잡아" .... "아니 그 사람과 결혼할 날을 잡으라고."
연희가 새로운 직장(?)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쯤인가? 연희는 준영을 찾아온다. 둘은 둘만의 공간을 꾸민다. 마치 주말부부처럼 그들만의 신혼여행에 이어 늦은 신혼은 시작된다. 하지만 점차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절대 거세될 수 없는 조건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친구는 과거의 여자를 잊지못해 결혼생활과 과거 모두에 파경을 맞이한다.
"이번기회에 완전히 헤어지는게 어때?"
무엇에 대해 헤어진다는 것인가? 둘의 미래는 준영의 중의적인 대사와 연희의 모순적인 태도에 의해 관객이 투영하고 싶은 대로 펼쳐질 것이라는 플롯의 구조를 취함으로서 열린 결말, 혹은 계속될 불륜의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결혼, 혹은 사랑의 의미에 관해 묻는다.
로맨스라는 포장이 제거된 준영과 연희의 관계는 냉소적인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한다. 분명한 캐릭터와 상황의 설정으로 단지 불륜이라는 모럴해저드를 상상적으로 소비하고 싶은 관객의 기호에 맞춰진 영화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플롯과 대사의 전개에서 중의적이고 이중적인 요소들을 엮고, 그 여백을 남기는 미학은 실제 영화의 가치 이상이다.
(혹시)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을 던져줄지도 모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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