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된 글이자 시의성이 떨어지는 영화이지만, 블로그 테스트 겸 포스팅.
<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 ; 스티븐 프리어즈>
솔직히 <발몽>은 못봤다. 그리고 내가 읽은 라클로의 원작 <위험한 관계>의 분량 또한 얼마 되지 못할꺼다. 그 서간체 소설에 나오는 편지를 읽다 읽다 지쳐 잠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혹 알고 있는 것이 계속해서 리메이크 되는 스토리 뿐이라도 어떠한가. 스티븐 프리어즈의<위험한 관계>, 로저 컴플(솔직히 이 감독은 별 느낌이 와닿지 않는다)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그리고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 朝鮮男女相熱之事>를 봤을 뿐인데 난 왜 이러한 스토리에 집착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작은 감동으로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슷한 스토리. 그것을 각 작품마다 녹여내는 솜씨는 다 다를지라도 한낱 관객을 뿐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영화들이 주는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기 위한 작업들뿐이기 때문에. 곧 잊혀지겠지만.......
<위험한 관계>,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스캔들>
세 영화의 스토리는 동일하다. 다섯명의 중심인물의 역할은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복잡한 얘기 할것 없이 동일한 원작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ㅡ_ㅡ;;
:: 발몽 (존 말코비치) - 세바스찬 (라이언 필립) - 조원 (배용준)
:: 메르퇴이유 부인(글렌 클로즈) - 캐더린 (사라 미셀 갤러) - 조씨 부인 (이미숙)
:: 트루벨 부인 (미셜파이퍼) - 아네트 (리즈 위더스푼) - 숙부인 정씨 (전도연)
:: 당스니 (키아누 리브스) - 로날드 (?? 무슨 흑인배우) - 권인호 (?? 신인?)
:: 세실(우마 서먼;; KillBill이 기대된다.) - 세실(?? 별매력 없두만...) - 소옥
발몽과 메르퇴이유 부인은 사촌지간이지만 사랑했던 관계. 둘은 각자를 이용한다. 트루벨 부인을 노리고 있던 발몽은 메르퇴이유 부인과 일종의 계약을 맺는다. 밀란 쿤데라가 쓴 <느림>에서 인용한 바에 따르면 '정복 게임'이라고 할까? 발몽은 쉬운 정복 상대인 세실에게 쾌락의 기술을 가르치면서 당스니와 연결시킨다. 그 사이 트루벨 부인에게도 작업 들어간다. (대단한 넘!ㅡ_ㅡ) 그녀의 정조를 무너뜨리면 메르퇴이유 부인에게서도 적절한 상(?)이 있을 것이기에.....
그렇게 발몽은 트루벨 부인을 무너뜨리기를 진행하는 동안 조금씩 그녀에게 빠져든다. 단지 쉽게 정복하지 않고 결국 진심으로 그녀와 사랑을 나눈다. 이에 대한 질투심으로 메르퇴이유도 당스니와 쾌락을 즐긴다. 자신이 진정한 사랑에 빠져 있음을 의식하지 못한 발몽은 메르퇴이유에게 그 상(?)을 요구하고 그녀는 발몽의 명성(희대의 바람둥이라는..)을 자극하여 결국 발몽이 트루벨 부인을 버리게한다. 발몽은 쓰라린 마음으로 메르퇴이유에게 계약에 따른 상을 요구하지만 마음이 트루벨에게 가있는 발몽을 상대하지 않는다. 그가 트루벨을 진정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함으로서 발몽의 고통의 배가시킨다. 이에 질 발몽이 아니다. 그 역시 메르퇴이유가 지금 빠져 있는 당스니가 그녀를 버리고 세실에게 갔음을 알리며 메르퇴이유의 복잡한 남자관계에 혐오를 내비친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것은 쾌락적인 Sex가 아니라 전쟁. 메르퇴이유는 세실을 구실로 당스니와 발몽을 결투하도록 한다. 여기서 발몽은 검술까지 두루 갖춘 인물(근데 솔직히 배용준의 무술은 좀 오바 ㅡ_ㅡ;) 그가 당스니에게 질리는 없지만 그렇게 결투를 하는 동안 발몽은 자신이 진정으로 트루벨 부인을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그 순간 당스니는 발몽을 죽게 한다. 죽어가는 발몽은 자신이 메르퇴이유의 계략에 빠져 진정한 사랑인 트루벨 부인에게 깊은 상처를 줬음을 후회하고, 죽음을 통해 속죄한다. 그의 죽음에 메르퇴이유 또한 미친듯이 슬퍼하지만, 발몽이 죽으며 전하는 그간의 기록에 의해 메르퇴이유 부인 또한 파멸하게 된다. (헉헉....... ㅡ_ㅡ 의외로 복잡한 스토리인가?)
무엇보다 압권은, 발몽이 트루벨 부인을 버리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먼저 보았던 <위험한 관계>의 존 말코비치의 눈빛이 무엇이었기에 <스캔들>의 배용준이 내뱉는 대사, "어쩔수 없는 일이오." 를 듣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단 말인가? 그리고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라이언 필립의 대사 또한 그렇게 가벼워 보인단 말인가? 각 작품을 비교하긴 싫지만 개인적으로 <위험한 관계> 전달하는 그 무엇이 훨씬 더 묵직하게 느껴졌음은 나로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 "It's beyond my control...."
관계의 구조. 유혹의 게임에서 고통은 메르퇴이유 부인-> 발몽 -> 트루벨 부인에게 전달되고, 이의 반작용은 진정한 사랑이란 결말에서 트루벨 부인 -> 발몽 -> 메르퇴이유 부인에게 전해진다. 발몽의 죽음을 통해 발견되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희비가 교차하는 구조. 그것이 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물론 각색하기 나름이지만.) 발몽을 따라 트루벨 부인이 죽으면 (and <스캔들>) 진정한 사랑에 바치는 비극이 되고, 트루벨이 죽지 않으면 메르퇴이유 부인의 사회적 파멸을 쟁취하는 그녀의 승리가 된다.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이때엔 비극이 좀 무뎌진다 할까?
물론 리메이크 되는 시대의 컨텍스트와 캐스팅 자체에서 오는 무게감의 차이에 의해 각 영화가 전개한 스토리는 정당화 될수 있다.
자 보라! 존 말코비치, 글렌 클로즈, 미셜 파이퍼, 키아누 리브스, 우마 서먼.... 이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물론 80년대 후반의 상황에선 화려한 캐스팅이 아니었을 수도 있따. ㅡ_ㅡ:) 배우들은 누구하나 제 역할에 못미치지 않고 있지 않은가? 특히나 존 말코비치의 묘한 눈빛 연기가 전해오는 감동은 그 영화를 처음 접해본 사람이면 안다. (존 말코비치는 알고보면 사시斜視라한다.
사시의 눈빛 연기라?? ㅡ,ㅡa)

같은 역할 배용준의 눈빛이 웬지 느끼하고 비교적 가볍게 느껴지는 까닭은 <스캔들>이 한국영화의 흥행 구조상 코미디를 섞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웃음의 잔재를 뒤집어 쓰고 있기 때문이며, 라이언 필립이 존말코비치처럼 무게감이 있지 않아보이는 까닭은 리즈 위더스푼(캐더린)에 좀더 비중을 싣기 위함이라고 하자. 둘은 실제 연인 관계이기에, 관객에게 실제 관계를 재현한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연인인 두사람 누구의 무게도 소홀히 할수 없기 때문인지, 혹은 그렇기에 라이언과 리즈가 모두 죽는 비극으로 끝나서는 안되는 것인지 알수 없다. 암튼 리즈 위더스푼은 죽지 않는다. 나머지 두 영화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둘이 모두 죽는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좀더 큰 감동을 전해다 줄것이다. 메르퇴이유 부인의 사회적 파멸이 단지 트루벨 부인의 실제적인 승리로 수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트루벨 부인이 살아 있어서는 '비극적인 진정한 사랑'이라는 모티브는 파괴된다.
머...... 각 영화가 노리는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각색의 차이라고 해 두자. 어느 영화를 좋아할 것인지 그건 관객 각자가 느낄 만족감에 달린 것이니까. 난 <위험한 관계>에 비중을 두었을 뿐이다.

군대가기 전인가? 아마도 99년에 공중파를 통해 처음으로 <위험한 관계>라는 영화를 접했으니, 내가 본것은 10여년이 지난 후, 유명해진 사람들의 과거 젊은 모습을 통해 전해오는 감동인 것이다. 그렇게 각인된 감동에 의해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이나 <스캔들>이란 영화 자체가 지닌 또 다른 포인트를 놓치게 된건 아닌가 걱정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감히 10대의 우마 서먼이 연기하는 세실의 발랄하고 철없는 섹시함은 나머지 두 영화의 배우들에 비할바 없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
아! 그리고 모든 영화를 통해 궁금했던 점인데, 세실은???? 도대체 메르퇴이유 부인의 사회적 파멸처럼 까발려 졌을 세실은 도대체 어떤 결말을 맞이한 것이야? 원작을 열심히!! 꾸준히 읽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ㅡ,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