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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캠핑이 될 지도 모르는 일정에서...
큰 아들내미가 성당에서 드디어 첫영성체를 받을 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던 때... 해맑은 얼굴로 예비복사에 신청하겠다고 합니다.
"첫 영성체까지 8개월 동안 교육 받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건 11월부터 2월까지 평일 미사 50번 연속 참여해야 할 수 있는거야~ 그래도 하고 싶어?"
"응"
"....."
그날 바로 11월 초로 예정했던 제주도 여행 비행기표도 다 취소하고 내년 2월에나 가족 모두가 여행가는 걸로 일정을 모두 변경하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가족이 함께가는 캠핑 장소는
설악산, 오대산 중에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전기를 쓰지 못하는 캠핑은 이제 꺼려져서 계방산을 다시 찾기로 하였습니다. 예약이 늦었으니 뭐 별 수 있나요?단풍이 절정에 가까워졌다고 하는데 차 막힐 걱정에 토요일 새벽 5시에 출발하였네요. 일찍 출발한 탓인가 막힘 없이 달려서 도착하니 아침 8시가 좀 못되었습니다.
주말 내내 흐리고 비가 올 수도 있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맑은 하늘을 보여준 계방산에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이들도 여름에 왔던 것을 기억하는지 자다가 깨서는 "아 여기 거기잖아!" 하고 반가워 합니다. 올 여름 피서지로 괜찮은 휴가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는 캐러반 사이트 A구역을 예약했는데
주말임에도 저희가 이쪽 영역은 전세캠을 하게 되었네요. 개수대가 있었나 없었나 기억이 나질 않아 걱정했지만 다행히 앞쪽에 개수대도 있고 사이트에는 캐러반을 위한 작은 수도꼭지도 연결되어 있었습니다.와이프와 아이들은 차에서 더 자도록 하고 저 홀로 사이트 구축에 들어갑니다. 이젠 너무 익숙한 텐트가 된 빅돔s는 지나치게 빠른 설치가 장점이죠.
그 와중에 우리 강아지는 온몸에 이슬 묻혀가며 사방팔방 뛰어다닙니다. 밖으로 나오면 아이들 보다 강아지가 더 즐거워 하네요.
아침은 제 생일이라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밥먹고 조금 쉬면서 잠들려고 하는 찰나에 아이들의 다급한 비명이 들려옵니다.
"아빠 클났어!!"
웃으면서 소리치는 첫째아들내미의 목소리에 슬렁슬렁 걸어가 보니 둘째 아들내미의 발이 온통 진흙 투성입니다;; 연못 한가운데가 단단한 땅인 줄 알고 뛰어 들었다가 진창에 제대로 빠진 모양입니다. 신발 한짝이 그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해서 열심히 뒤적이다 겨우 찾았습니다.막대기로는 안되고 망치로 겨우 주워올린 아들내미 신발.... 이런... 여벌로 아이들 등산화를 가져와서 다행입니다. 둘째는 신발 때문에 놀지도 못할 뻔 했네요.
그러던 와중에 제몸과 아이들 몸과 강아지의 몸엔 도깨비풀이 한 웅큼씩 붙어버렸네요. 이거 뭐.... 다이나믹 캠핑을 예고하는 겐가요...
강아지 몸에 붙은 도깨비풀을 떼느라 수고가 많은 울 마느님...
아들내미까지 떼는 데 여념이 없고... 이번 캠핑 내내 강아지만 붙잡으면 그 풀 떼어주는 일에 골몰하는게 나름 재미가 되었습니다 ㅎㅎ
해가 나니 쌀쌀한 기운이 좀 사라집니다. 와이프는 햇빛 아래서, 나는 텐트 안에서 잠깐의 잠을 청해 봅니다.
그리고 점심은 와이프표 김치찌게... 내일 아침에 먹게 될 줄 알았더니... 점심도 먹었으니 이제 슬슬 산책을 나가 봅니다.
계방산 아래쪽의 단풍은 그닥....
빼어나다고 볼 순 없네요. 설악산이나 내장산의 아름다운 단풍을 상상했것만 띄엄띄엄 있는 나무는 동네 아파트 정원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내일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운두령~계방산 정상 코스를 다닐 수 있을까요?그래도 나름 즐거운 표정을 연출해 주는 아들내미들아 고맙다~~~
털이 많이 자라서 슬슬 눈가가 쳐질 기미가 보이는 강아지눔....
돌탑도 쌓고 그냥 산책입니다.
둘째 아들내미가 어릴때 했던 질문이 기억이 나네요. "아빠 도대체 산책은 왜 하는거야??" ㅋㅋㅋㅋㅋㅋ 어 아빠도 어릴 때 니네 할아버지한테 그런 질문 했었단다. ㅋㅋㅋ
계곡 주변 사이트가 모두 텅 비어 있습니다. 가을/겨울에 사람들이 즐겨 찾는 캠핑장은 아닌가 봅니다. 아니면 주말에 날씨가 좋지 않으리라는 예보 때문이었을까요?
어디에 있었던지 기억이 나질 않아 한참을 찾은 끝에 건넌 계곡의 징검다리. 확실히 여름에 비해 수량이 많이 줄었네요.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가 다릅니다.
그래도 이런 길 모두를 잘 따라다녀 줘서 고맙다. 아이들 + 강아지야.
여름에 수영하고 놀았던 깊은 물가도 분위기가 너무 바뀌어서 못알아 볼 뻔했습니다. 이런게 계절의 변화인가 봅니다.
산책에서 돌아오니 해도 늘어지고 나도 늘어지고 이제 슬슬 저녁밥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되었나요? 낮이 정말 짧아졌음을 확실히 느끼네요.
설마 했는데 계속 전세캠으로 될 모양입니다. 이 쪽으로는 아무도 들어오질 않네요.
저녁밥은 변함없이 숯불에.... 그리고 오랫만에 목살 입니다. 거기에 갈빗살 몇 점 추가.
날이 추워지니 화로대 근처로 모두 옹기종기 모이게 되네요.
이 강아지눔의 시키는 의자 하나 자리잡고 비켜주질 않습니다. 의자 하나 더 사라고 시위 중인 모양입니다.
숯만 쓴게 아니라 저녁을 다 먹은 다음에는 오랫만에 장작도 태워 봅니다. 장작은 관리사무소에서 1만원에 한봉지 파네요.
아 관리사무소 얘기가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
여름에 왔을 때에는 3~4분이서 이 엄청난 크기의 캠핑장을 관리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빈자리 없이 꽉 들어찬 캠핑장을 관리하기 어려웠던 탓인지 친절함이라곤 느끼기 어려웠던 관리사무소 였는데요, 한가할 때 오니 분위기가 180도 바뀌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ㅎㅎ 역시 사람의 마음이란 상황에 좌우되는 모양입니다. 캠장님 친절함 원따봉!
그리고 다음날 비가 내렸습니다. ㅠㅜ
일찌감치 등산은 포기하고 천천히 철수하기로 결정. 집에 돌아가는 길에 '토요'에 들려서 저녁을 먹으려 했더니 거의 다 와서 예약하려 하니 오늘은 끝났다고 하네요. 일요일에는 일찍 문을 닫는 모양입니다.이렇게 23번째 캠핑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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