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어오르는 분노로 11월 12일 촛불 집회를 다녀온 뒤,
친구와 가기로 했던 평일 글램핑을 출발하였습니다. 어차피 주말에는 둘 다 바쁜 몸이지만 그나마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있어 오히려 괜찮네요. 원래는 덕유산 닷돈재의 글램핑을 갈려고 했지만 둘 다 가보지 않은 곳으로 결정했습니다.캠핑을 다니던 사람이 글램핑으로 가는 이유는 짐을 줄이고 사이트 구축 등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함이지요. 국립공원으로 가는 건 늦가을의 산행을 가려 했던 것인데 잘 모르고 장소를 정한 탓에 캠핑+산행이라기 보다 영월, 단양 여행이 되어버렸습니다.
소백산 남천 야영장에 도착하니,
세가지 사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1. 야영객이 우리밖에 없다.
2. 남천야영장은 산의 북면이라 산책로가 없다.....
3. 춥다.
1번이야 사실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2번은 굉장히 치명적이었습니다. 가는 길에 여유있게 영월 서부시장에 들려서 순대국밥을 먹고 일미 닭강정까지 포장해 오며 슬슬 온 까닭은 야영장에 붙어있을 간편한 산행을 위함인데 그게 전혀 없다니... 우리의 준비성 부족을 절감하게 되네요.
산행을 위해서는 소백산을 반바퀴 돌아 남쪽 면으로 가야 했습니다. 겨울철은 오후 1시부터 입산통제를 하니 점심을 먹고 온 우리로서는 이미 늦었습니다.
때문에 이 날은 단양 쪽 가볼 만한 곳을 몇 군데 가보기로 했습니다. 누구나 들어 봤잖아요? 단양 8경이라고 ㅎ
맨 먼저 들린 곳은 고수동굴 입니다.
전에 왔던 기억이 가물가물 나는데 동굴 앞의 새로운 건축물이 눈에 띄네요. 전에는 없었던 듯? 춥다고 옷을 껴입고 왔는데 동굴 안은 그다지 춥지 않습니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는 걸 체감합니다.
1시간 남짓 동굴 내 기이한 절경들을 보며 감탄하고 나오니 아직 해가 떠 있습니다. 운치 있는 단양 시내를 거쳐 도담삼봉을 보고 석문도 보고 왔습니다. 단양이라는 동네 참 분위기 좋습니다.
그렇게 해가 질 무렵 남천 야영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제 슬슬 저녁 준비를 하는데 앗 이런, 집에서 식기도구 세트를 안가져 왔네요. 원래는 글램핑에서 아무것도 빌리지 않고 기존 캠핑 도구를 활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오점이 생길 줄이야. 준비에 허점 투성입니다.1만원을 내고 식기 도구세트를 빌리니 버너+식기류+요리도구류+각종 냄비+가스까지 없는게 없습니다. 이럴 바에는 먹을 것만 사서 올 걸 그랬네요. 침구류 세트도 1만원이라고 합니다.
화로대도 제 것을 쓰면 나중에 씻기 귀찮을 거 같아 야영장에 비치된 것을 썼습니다. 메뉴는 뭐 친구랑 가볍게 왔으니 두툼한 목살과 소갈비살 조금 구웠네요. 술을 거의 못 마시는 친구라 생각보다 밥과 술안주로 먹은게 별로 없습니다. ㅠㅜ
글램핑장은 처음 왔는데 산막텐트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내부에는 등이 있고 전기콘센트가 바로 있습니다. 바닥에는 에어박스로 보이는 매트가 있는데 침구세트를 빌리지 않으면 전기장판이 없습니다. 저는 온풍기와 침낭을 가져와서 그것을 빌리지 않았으니 내부 구성품은 알 수 없네요.
기온이 거의 영하권으로 떨어진 날이었습니다. 철수할 때 자동차를 보니 서리가 얼어 있습니다. 그래도 따뜻하게 잘 잤다고 생각합니다. 산막텐트라는게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구조에 텐트 아랫단은 꽉 막혀 있지 않은 구조입니다. 덕분에 불 났을 때의 피난 안정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겨울철 난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군요.
아침은 소갈비살 라면으로 간단히 때우고 소백산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오후의 일정 때문에 정상까지 올라진 못했지만 늦가을 산의 풍광이 아직도 눈에 서립니다. 가벼운 산행으로 몸과 마음까지 제대로 치유하고 왔습니다.
소백산 남천 야영장은요..
1.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야영 사이트보다 글램핑장이 2배나 더 큰 기이한 구조입니다.2. 바로 옆 남천 계곡은 국립공원에 걸맞는 수질을 제공합니다만 샤워장이 없습니다. 때문에 여름철 장기 야영에도 적합한 구조는 아니겠네요.
3. 등산로 등, 캠핑 이외에 즐길 거리가 부족해 보입니다. 겨울에 물놀이나 1박2일 식의 입수를 할 수는 없.... ㅎ
4. 글램핑은 말 그대로 대부분의 도구를 챙겨가지 않아도 되는 구조입니다. 식기세트만 빌려봤지만 그 구성품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5. 단기 야영이나 글램핑에 적합하지만 닷돈재 처럼 유료 샤워시설도 없다는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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