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은 어쩌다 보니 네 가족이 모이는 대규모 캠핑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캠핑 장비를 가진 집은 두 곳 뿐이라 방갈로를 함께 빌릴 수 있는 용인 근교의 캠핑장으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최종까지 문수산 오토캠핑장과 용인레저야외수영장의 캠핑장을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하였습니다. 4가족이 모이다 보니 사람 없는 곳(&악명높은?)으로 갈 수 밖에 없더군요. 위치는 영보자애원 바로 옆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넓직한 수영장 공간이 두 개나 있습니다. 여름 외에는 물 대신 인조 잔디가 들어차 있네요.
솔직히 시설 면에서 장점을 찾긴 어렵습니다. 노후된 시설이 눈에 띕니다. 작년에 방문캠으로 온 기억으로는 유난히 뜨거웠던 방갈로(때문에 술마시고 쓰러져 자다가 너무 더워서 뛰쳐나가 차에서 잤던 기억이...)와 의외의 온수 개수대 뿐입니다.
토요일 오후에 왔는데도 사람이 없습니다. 1, 2 야영장으로 구분할 수 있겠는데 나무가 많은 야영장의 방갈로 옆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무가 촘촘하게 들어섰지만 그 간격에 커다란 텐트를 지기에도 무리가 없고 바닥은 깨끗하게 정돈된 편입니다. 가을 막바지에 수북히 쌓인 낙옆 위로 텐트를 쳐 봅니다.
거의 전세캠 분위기 입니다. 나무 밑에서 올려다 보면 분위기 있고 좋습니다. (철수할때 텐트 위에 떨어진 새똥은 덤...) 날이 좀 추워서 그렇지 괜찮은 시기에 잘 왔다고 자기합리화 해 봅니다.
숯불 이외에 장작을 따로 태워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겨울 수준의 날씨엔 꼭 필요한 아이템이란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추운 날씨에 불 앞에 앉아 느끼는 노곤함과 즐거움은 앞으로의 겨울 캠핑에 온기(난로든 캠프파이어든 숯불이든 뭐든)를 어떤 식으로 충당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만들더군요.
남자들은 화로대 주변에서 고기를 구우며 바로 술잔을 기울이고
여자들은 타프쉘 안에서 담소중... 늦은 저녁엔 너무 추워서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10월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습니다.
참고로 새송이를 통째로 구우면 정말 맛납니다. ㅎ 겉을 골고루 익혀 가위로 자르면 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양송이에 고인 물과 비슷한 원리인가요? 이날의 빅히트 메뉴는 목살도 아닌 새송이였습니다.
11월 1일 아침 기온은 영상 1도. 전기장판이 없는 우리 빅돔+이너 반고 락400 안에서는 남자 3명이서 침낭만으로 버티고 잤습니다. 겨울 대비 시험용이었는데 테톤 셀시우스 후드 침낭(-25℉) 2개와 반고 울트라라이트1300은 일단 합격점입니다. 저 이외의 두명의 소감은 잘때는 걱정했는데 일어나니 덥더라는 얘기.
밖으로 나오니 침낭으로 데워진 몸이 급격하게 식습니다. 얼른 장작 더미를 사 옵니다. 1만에 한더미씩 파네요. 착한 가격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인조잔디에서 공을 차 보기도 하고. 캠프파이어 주변의 담소와 이런저런 소일거리로 오전을 보내고 여유있게 철수 하였습니다.
차를 바람막이로 세워 놓고 식사를 하였고
불멍이 아닌 낙엽멍(?)을 때려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열번째 캠핑이 끝났습니다.
용인레저야외수영장(링크)의 간략한 소감은요..
1. 대략 방갈로 5만원, 캠핑장 1사이트당 3.5만원, 방문객 1인당 5천원 꼴이니 일반적인 기준이라 해도 가격대비 좋은 시설이 아닙니다. 다만 많은 가족이서 우리끼리의 캠핑을 즐기는 목적으로는 최적의 캠핑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 수령이 적잖은 나무들이 많습니다. 나무에 해먹을 걸어도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판넬로 지은 화장실+개수대+샤워장은 최악의 건물구조라 생각합니다. 바닥 평탄화 작업은 비교적 잘 되어 있습니다. 40cm 콜펙도 무난하게 박힙니다. 이런 저런 장점과 단점이 뒤섞여 뭐라 평가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즐기고 가되 추천은 어려운 캠핑장이랄까...
3. 방갈로는 찜질방 수준의 난방을 자랑합니다. 4인용 방갈로라 하지만 꾀 넓직하여서 성인 여자 3명 + 아이들 4명 + 유아 1명이서 잘 잤다고 합니다. 방갈로 추가를 했다면 5만원이 아까울 뻔 했습니다. (왜냐하면 TV도 없고 난방과 이불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이기에...)
4. 올해는 날이 너무 추워서 시도를 안했지만 비교적 맑은 물에 물고기도 많이 사는 냇가를 끼고 있습니다. 작년에 PET병에 새우깡만 넣어 놓아도 이렇게나 잡혔던 사진을 참고로 올립니다. (모두 다시 놓아줌) 초가을 쯤이라면 가벼운 물놀이도 좋을 듯. (여름은 수영장 때문에 악명높다고 합니다)
이만 열번째 캠핑 기록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