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마지막 주차에 휴가를 다녀오고 8월 내내 그 무더웠던 더위를 캠핑장에서 식히질 못했습니다. 8월의 매 주차별로 주말마다 교육, 제사 등등의 일로 여행을 못가니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알차게 보내지 못하는 것 같아 내심 미안하더군요.
여차저차 바다를 보고 싶다는 와이프의 말에 동해바다 쪽의 캠핑장을 검색하던 중, 유명하다던 송지호를 잡지 못하고.....
백도오토캠핑장을 예약하였습니다.
2016년 8월 26일은 정말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전날에는 분명 열대야의 여름밤을 느끼며 잤는데 가을 아침에 깬 느낌? 새벽부터 비가 오고 강원도 고성에는 호우특보와 풍랑주의보가 발효되었습니다.걱정이되어 예약취소 문자를 보냈더니 묵묵부답.... 전화도 안받습니다. 현장으로 전화를 했더니 고성은 비도 그치고 해도 뜨고 바람 한점 없다고 합니다. (이 말투의 불친절함에서 뭔가 느꼈어야 했죠)
와이프의 일을 미룰 수 없어 7시에 출발하니 강원도 고성에의 도착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A,B캠핑장이 있는데 예약할 때에도 사이트 지정을 하지 않고 도착하는대로 자리를 잡는 방식입니다. A와 B캠핑장의 차이는 데크가 랜덤 배치(A)인가 일렬 배치(B)인가의 차이 입니다. 한 밤에 도착한 저로서는 나름 사이트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데크가 애매한 터라 빅돔S가 올라가지도 않고 안에 완전히 들어가지도 않는 사이즈(3.6mX4.5m)... 그래서 결국 텐트는 바닥에 치고 타프를 데크 위에 치기로 했습니다.
사이트 구축을 완료하고 와인 한병 먹고 잠든 시각은 새벽 2시가 좀 넘어서 입니다. 이슬도 맺히고 바람도 제법 찬 터라 온풍기라 꼭 필요하겠더군요. 아이들이 감기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난방에 대한 대비를 잘 하고 잠들었습니다.
밤에 도착해서 잘 몰랐지만 캠핑장 주변 분위기는 굉장히 좋습니다. 아침에 주변을 둘러보니 그래도 멀리까지 운전해서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침밥은 미리 가져온 닭죽과 라면으로 때우고 바다에 몸 달아하는 아이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힌 뒤 따뜻한 햇살을 느끼자 마자 바다로 달려갔습니다. 공기는 맑고 멀리 울산바위와 설악산의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뛰어든 바다.... 오히려 바다가 더 따뜻하고 밖이 더 춥더군요. 백도해수욕장은 수심이 동해바다 같지 않게 굉장히 얕았습니다. 이게 따뜻함의 원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름에도 바닷물이 차서 덜덜 떨던 동해바다의 기억이 새로워지는군요.
해변 저쪽으로는 서핑 강습을 하는 듯 했습니다. 그 이유를 알만 한게 수심은 얕으나 파도는 서해바다와 다르게 굉장히 강한 느낌?? 아이들이 파도에 출렁거리며 즐겁게 놉니다만 애들 무릎에 걸린 수심을 보고 걱정이 안되네요. 안전할 수 밖에 없는 해수욕장입니다.
아 이런.... 온 가족이 놀 생각만 했네요. 바다로 모두 뛰어드니 우리집 강아지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갑자가 바다로 뛰어들어 옵니다. 우리를 구하러 오겠다는 생각이었을까요? 아직 태어난지 1년도 안된 강아지의 자발적(?) 수영을 처음 보았습니다. 정말 용감하고 이쁜 우리 강아지 ㅎㅎㅎ 여기 와서의 가장 즐거운 추억입니다.
결국 한명씩 돌아가면서 강아지를 봐주고 나머지만 바다에서 놀았네요. 물은 그냥 나쁘지 않을 정도로만 맑은... 그리고 강한 파도에 휩쓸려가며 오랫만에 바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따뜻한 바다에 들어갔다가 나오니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추워서 따뜻한 백사장에서 몸을 데웠습니다. 모래가 고와서 눕는 느낌도 좋습니다. 그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 우리집 강아지...
하늘의 구름을 보니 이건 정말 가을이네요. 이제 그만 놀고 씼어야 하나 하고 나와서 샤워장엘 가니 문이 잠겨 있습니다. 무료기간의 샤워장 운영시간이 08:00 ~ 10:00 그리고 17:00~19:00 입니다. 하루에 딱 2번 운영하네요. 이런 황당할.... 나중에 와이프에게 얘길 들으니 온수는 여자샤워실에만 나오는 모양입니다. 아니면 여자샤워실 쪽만 항의가 들어오니 틀어준 것일지도...
그냥 대충 말리고 옷을 갈아입고는 백도항 쪽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저녁에 먹을 가리비를 사오기 위해서 입니다. 1kg에 16,000원이면 싼 것도 비싼것도 아닙니다만 가리비의 사이즈가 무척 크네요.
관자가 무척 커서 그냥 초고주장에 찍어 먹기만 해도 굉장히 맛났습니다. 조개구이 맛이 이럴 수도 있군요.
저녁까지 맛나게 먹었습니다. 바람이 선선해질 것을 대비 안한게 좀 아쉽군요. 어제 운전의 피곤함이 많이 남아서 일찍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엔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 먹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최대한 빨리 철수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텐트를 말리지도 못하고 아침겸 점심은 그냥 속초중앙시장에서 먹는 것으로...
점심은 주차장독 순대골목 쪽의 속초진짜순대(링크)에서 순대국밥을 먹었습니다. 맑게 나온 순대국은 매우 맛났는데 시장해서 그랬는지 객관적 평가는 어렵네요. 관광객이 많은 주말 탓인지 이곳이 맛있고 유명해서인지 길게 늘어선 줄의 원인을 창가에 써붙인 각종 사인들이나 TV출연 증명간판이 모두 설명해 주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맑게 나온 순대국밥을 정말정말 맛나게 먹었다는 경험은 확실하네요. ㅎ
항상 여기서는 만석닭강정(링크)만을 샀는데 중앙닭강정(링크)엔 순살도 있다고 해서 한팩 더 샀네요. 집에와서 먹어보니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둘 다 나쁘진 않습니다만 특별하다고 하기엔.... 먹어본 것 중에서는 영월의 일미닭강정이 더 우위에 있는 듯....
닭강정 3팩을 포장해 놓고는 관광객 인증을 제대로 했습니다. 강아지 덕분에 안에 밥을 함께 못먹는 관계로 교대로 밖에서 개를 돌보며 순대국밥을 먹었습니다. 캠핑장의 불친절함을 속초중앙시장이 해소시켜 줬네요.
미시령으로 향하는 길에 봉브레드(링크)에서 마늘바게뜨와 국진이빵만 샀습니다. 그냥 지나다가 줄 많이 선 빵집을 보고 샀을 뿐인데 마늘바게뜨 맛났습니다. ^^ 연인의 빵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미 다 팔린 터라 구경도 못했네요. ㅠㅜ 사진을 못남긴 게 아쉽...
다시 미시령을 넘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집까지 7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좋은 날씨 + 벌초시즌 + 평창올림픽 대비 고속도로 보수가 겹쳐 엄청나게 막히더군요.
이렇게 20번째 캠핑이 끝났습니다. 캠핑장비를 구매한게 딱 1년 전입니다. 1년간 20번이면 본전은 뽑은 듯 합니다.
어쨌거나 백도오토캠핑장(링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합니다.
1. 뛰어난 풍경, 얕은 바다, 깔끔한 데크 등 시설과 자연환경으로 봤을 때 첫인상은 굉장히 좋은 캠핑장입니다.2. 그러나 역시나 마을회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친절함이라곤 1도 찾을 수 없습니다. 웃는 얼굴은 고사하고 샤워시간 마감 10분전에 왔다고 화만 냅니다. 샤워장 운영시간 말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관리자는 샤워장 사이의 사무실에서 줄담배만 피고 있습니다. 캠핑장 이용자인지 명단 체크해 가며 일관적이게 불친절한 태도로 샤워장을 통제합니다. 아마도 3만원의 사이트 비용은 100% 자리값이며 운영에 대한 비용은 0원인가 봅니다.
3. 쓰레기 봉투 제공 이런거 없습니다. 알아서 분류가 되든 말든 그냥 노란 박스에 버리면 됩니다. 캠핑객의 무성의한 분리수거와 불성실한 관리자 마인드가 상호작용을 하면 이처럼 규제 중심의 운영태도로 전향하기 마련이죠. 캠핑객과의 지속적인 소통 부재로 인해 이 지경까지 이른 듯 합니다.
4. 이 곳에 도착하기 전 예약취소를 알아봤는데 예약 이후에는 낸 돈에 대해서 돌려줄 생각은 1도 없었던 듯 합니다. 예약 취소에 대해서는 전화도 안받고 문자 답장도 없습니다. 이건 무슨 운영자의 귀찮음인가요?
5. 홈페이지(링크)를 들어가 봐도 자유게시판엔 개판 운영에 대한 글이 많이 보입니다. 정말 올해만 운영하고 끝낼 것 같은 느낌이 강한 곳입니다. 캠핑이란게 시설만 제공하는게 아니라 그곳에서의 경험을 팔아야 하는 것인데 대체로 마을회는 영리목적이 강하다곤 하지만 이곳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태도가 굉장히 심합니다.
6. 자연환경과 풍경을 압도하는 불친절함으로 인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캠핑장으로 요약하며 마무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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